하와이, 그 인연의 시작

  한 불교 경전에 따르면, 모든 사람, 더 나아가 모든 존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나와 스치거나 만나게 되는 존재는 특별한 ‘인연(因緣)’으로 맺어져 있다고 한다. 나는 살면서 이 ‘인연’의 신비한 힘에 감화를 받은 경험이 많다. 그렇기에 HKC와의 인연을 정식으로 시작하게 된 오늘, 서로 어떤 감화를 주고 또 그것을 어떻게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지 기대와 희망으로 마음이 가득찬다.

  ‘한국어로 된 첫 게시글’이라는 임무를 받고, 한참동안 소재에 대한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독자들 앞에 내보이는 첫 글인 만큼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자그마한 일화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은 나를 HKC로 이끌어준 하와이와의 인연, 그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4년 초, 하와이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기로 확정이 되었을 때, 나는 주변으로부터 “왜 하필 하와이인가”하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하기야,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하와이는 신혼여행으로나 갈 법한 휴양지로서의 이미지가 전부였다. “하와이에도 대학이 있냐”는 질문도 심심찮게 들을 정도였으니.

 
  하와이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접하는 흔하디 흔한 첫 인상

하와이에 도착한 여행자들이 접하는 흔하디 흔한 첫 인상

 

  그렇다면 나는 왜 하와이를 선택했는가.

  사실 내게 하와이는 2014년이 처음이 아니었다. 대학 새내기였던 2012년 겨울, 학교에서 지원하는 ‘해외문명탐방’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5명의 동기들과 8일 간 오아후 및 하와이 섬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와이에 대한 나의 인식은 앞서 말한 한국인들의 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하와이를 선택한 것도 솔직히 말하면 ‘겨울이니 따뜻한 곳으로 가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계획이었다.)

  모두에게 ‘대놓고 놀러간다’는 질타를 받기는 했지만 방문 목적은 어쨌든 ‘하와이 한인사회에 대한 연구’였기에, 해변보다는 박물관, 레저 스포츠보다는 관계자들 인터뷰를 우선시했다. 일주일 남짓한 답사 후에 남은 추억은 와이키키에서 선크림을 도둑맞았던 것, 밤에 친구들과 맨발로 해변을 거닐었던 것, 하와이섬에서 교통편에 문제가 생겨 두 시간 가까이 도로 위를 하염없이 걸었던 것,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별똥별을 보았던 밤하늘 정도로 요약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향했던 비숍 박물관 앞에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향했던 비숍 박물관 앞에서

 
 
  하와이섬에서 교통편이 끊겨 두 시간 가까이 걸어가야 했던 도로 위에서

하와이섬에서 교통편이 끊겨 두 시간 가까이 걸어가야 했던 도로 위에서

 

  그리고 일 년 뒤, 나는 파견교환에 지원하기 위해 학교 국제협력본부 홈페이지에서 국가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교환학생 후기를 정독했다. 그러던 중 도입부부터 유난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후기를 하나 발견했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지 벌써 두어 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하와이의 여운에 휩싸여 있는 걸 보니 그 곳을 참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 바쁘게 살다가도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없던 때, 큰 준비도 없이 나는 태평양 한 가운데 푸른 섬으로 떨어졌다. …… 내게 하와이는 인생에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곳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과 자연을 품는 그 곳 사람들의 생의 감각은 참 건강한 것이었다."

  교환학생 후기라기보다 오히려 한 편의 수필 같은 글이었다. 나는 완전히 매료되어 단숨에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1년 전 하와이에서 보고 느꼈던 소소한 장면들을 떠올리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다면, 때로는 순간의 느낌, 끌림, 인연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좋다.

   나는 그 후기를 시작으로 하와이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또 읽었다. 다른 대학의 후기들은 대부분 형식적인 보고서와 같은 느낌이었지만, 하와이대학의 후기는 유독 그곳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알로하 스피릿(Aloha spirit)’에 관한 감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학생으로서 다양한 이문화(異文化)를 경험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며 제 2의 고향 같은 포근함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곳. 다녀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그 곳.

   내가 1년 전 느꼈던 것보다 더 큰 매력이 그 곳에 숨어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머릿속에는 이미 하와이의 자연 속을 뛰놀고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 상상에, 내가 느꼈던 끌림이 더욱 더 커졌다.

  그리고 그 끌림이 확신으로 바뀔 때쯤, 국제협력본부로부터 하와이대학 파견교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나와 하와이의 인연 제 2막이 시작되었다.

 
 
201701_Staffpic_Eunsun.jpg

글쓴이 이은선 :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언어와 여행에 관심이 많다. 교환학생 시절 하와이대학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HKC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현재 Korea Team 신설을 위해 일하고 있다.

 
 

HKC에서 Korea Team 멤버를 모집합니다.